오늘은 하늘 위 높은 곳에서 보내는 소식을 전하러 왔습니다. 혹시나 서울 중구 한화 본사 앞을 지나실 일이 있다면 위를 올려다 보세요. 지상 30미터 높이의 아슬아슬한 CCTV 철탑 위에 한 사람이 서 있습니다.
그는 거제 옥포에서 배를 만드는 노동자, 김형수씨입니다.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장이죠. 지난해 4월 시작한 단체교섭이 해를 넘겨 파업 122일째 되던 지난 15일 철탑 위에 올랐습니다.
2022년 거제 옥포조선소에서 터져 나온 하청노동자의 "이대로 살 순 없지 않습니까?"는 질문은 여전히 그대로입니다.
김 지회장의 고공농성은 이날로 3일째입니다. 인근 명동대로 지하차도 위 10미터 철제 구조물 위에는 32일째 고공농성 중인 고진수 관광레저산업노조 세종호텔지부장, 구미에는 무려 435일째 불 탄 공장 옥상에서 농성 중인 박정혜, 소현숙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 수석부지회장과 조직2부장이 있습니다. 이들은 출근할 곳을 잃은 해고노동자입니다.
“고공농성 첫날 저녁이 왔다. 밑에는 말벌동지들이 아직 있고, 저길 너머에는 고진수 동지가 있다. 구미에는 박정혜, 소현숙이 있다. 썩을 세상!” 김형수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장은 15일 저녁 8시15분께 서울 중구 한화본사 앞 CCTV 철탑에서 소셜서비스 X(옛 트위터)에 이렇게 썼다./이재 기자
'과로' 특별법 논란을 일으킨 반도체특별법이 이번엔 '파업금지' 특별법으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문제의 조항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등의 책무를 다룬 3조4항인데요. 반도체 특구 입주기업체 사용주와 노동자에게만 특별히 이 절차를 엄격하게 준수하도록 요구합니다. /임세웅 기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내란수괴가 말했다. 아무도 일어나지 않고 시민들은 한겨울 찬 바닥에 앉아 은박지 덮어쓰고 버텼다. 혹독했던 그 추위도 순리 따라 물러가고 어느덧 봄볕에 바람 살랑 분다. 아무것도 바뀐 게 없어 시민들은 오늘 광장을 떠나지 못하고 목이 쉬어 간다. 공부를 놓을 수 없어, 밀린 일을 두고 볼 수도 없어, 저기 노트북 자판 치던 틈틈이 즉각 파면 구호를 외친다. 밤을 새울 짐을 꾸려, 저기 바퀴 달린 가방 끌고 나선 길이다. 불청객 황사를 피하려 마스크를 잊지 않았다. 지난 긴 여행길에 잘 썼던 목 베개 챙겨 긴 시간 집회를 대비했다. 노숙할 결심이다. 그곳 광장엔 사랑하는 이들을 지키고 싶다고, 두고 볼 수만은 없어 뭐라도 해야겠다고 나온 사람들이 봄볕 아래 새잎 올리는 잡초처럼 저마다 결연했다. 깃발 꼭 쥔 사람들이 그 사이사이 삐죽 높았다. 여러 가지 색 입은 깃발들이 돛처럼 부풀었다. 집어등 밝힌 큰 배처럼 도심 대로를 천천히 나아갔다. 여태 지치지 않은 사람들이 파면과 함께 봄을 맞겠다고 겨울 끝 광장에 무성하게 돋아났다. /정기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