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아직 여수가 ‘고용위기’ 단계는 아니라고 말하지만, 우리가 사흘 동안 발로 뛰며 만난 사람들의 현실은 전혀 달랐습니다. 베테랑 플랜트건설노동자 조영근 씨는 일감이 끊겨 카드빚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었고, 줄어든 물류 탓에 바퀴만 14개 달린 대형 화물차는 주차장에 멈춰 섰습니다. 배차 순번을 기다리는 화물노동자는 하루 종일 휴대전화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이들의 절박한 이야기가 200자 원고지 100장이 넘는 분량으로 세상에 나올 수 있었던 건, 바로 님 같은 독자와 후원자 여러분 덕분입니다.
서른세 번째 생일을 맞은 매일노동뉴스는 진심을 담아, 당신께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커버스토리리]
산업, 격랑
여수국가산업단지는 3천231만9천제곱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규모의 산업단지다. 정주노동자 2만5천여명, 플랜트건설과 화물운송 등으로 오가는 연출입인원 367만명. 대도시 하나에 버금간다. 그곳에 짙은 불황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켜켜이 쌓인 구름은 기어코 비바람을 휘몰아칠 것처럼 보이는데, 그곳 노동자는 피할 재간이 없어 보인다.
원유와 각종 화학물질을 옮기는 파이프가 얼기설기 얽힌 여수국가산업단지는 겉보기에 견고했다. 그러나 이따금 속살을 보인 공장들 내부엔 오가는 사람도 쉽게 눈에 띄지 않았다. 느슨한 철조망 사이 가까스로 열린 건설현장에 소규모 인부가 무언가를 나르거나 듬성듬성 박았다. 산단 풍경은 마치 속이 빈 파이프처럼 공허했다. <매일노동뉴스>가 석유화학산업 위기를 살피러 11~13일 방문한 여수산단의 모습이다. / 이재 기자
여수산단을 취재하면서 ‘폭풍전야’라고 표현을 썼습니다. 어느 정도 규모의 폭풍이 예상되나요?
“최종적으로는 제목이 산업, 격랑으로 바뀌었습니다. 폭풍전야라는 표현이 이미 거친 폭풍우에 얻어맞고 있는 플랜트, 화물운송 노동자에게 부합하지 않는다는 판단이 있었습니다. 지금 이미 여수산단과 사람 그리고 산업은 파고에 휘둘린다는 격랑으로 바꾼 이유입니다.
다만 폭풍전야라는 표현을 처음 고려한 것은 현장의 분위기 때문이었습니다. 장치산업 특성상 석유화학산업단지의 위기는 아직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았습니다. 석유화학단지 노동자 고용위기 역시 본격화하지 않았습니다. 등 뒤의 절벽이 있지만 중과부적의 위기 속에 밀리는 상황인 셈이죠. 지역경제도 이제 내리막길 앞에 섰습니다. 여수시가 신청한 고용위기지역 신청요건 중 고용지표가 정량요건을 상회한다는 현실이 이를 반영합니다.”
앞으로 고용정책심의위원회라는 거버넌스 체계가 지역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지도 살펴야겠습니다. 구성상 지역노동계나 지자체가 참여할 수 있는 경로가 많지 않습니다.”
후원회원과 구독자 여러분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개인적으로 큰 도전과 같은 기획이었습니다. 매일매일 기사를 써야 하는 일간지 기자로서 한 사흘 일정을 빼고 취재를 다녀오는 게 회사로서도 쉽지 않은 선택이었습니다. 결과물이야 언제나 항상 아쉬움을 남기지만 계속 이런 시도를 하면서 지역의 고용위기, 산업위기를 입체적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모쪼록 관심과 후원과 구독 부탁드립니다. /김미영 기자
국정기획위원회의 노동공약 빅4는 △모든 일하는 사람들 일터 권리 보장을 위한 기본법 제정(5명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단계적 적용) △주 4.5일 근무제 추진 및 노동시간 단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노란봉투법) △정년연장이다. 문제는 내용이다. /연윤정 기자